총파업 띄운 금융노조
임금 6% 인상·주 36시간제 요구
내달 16일 파업 예고
경제는 풍전등화인데
귀족 노조의 '배부른 생떼' 비판
시중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벌인 지 6년 만이다.
주요 시중은행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원을 웃돈다. 귀족 노조가 ‘밥그릇 지키기’ 파업에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오는 1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다음달 16일 모든 은행 업무를 중단하는 총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노조엔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금융공기업 등의 노조원 10만 명이 소속돼 있다.
금융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임금 6.1% 인상과 주 36시간(4.5일) 근무, 영업점 폐쇄 금지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임금 1.4% 인상안을 제시했다.
근무시간 단축과 영업점 유지 등은 경영상 판단이라는 점에서 노사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금융 노사는 임단협 결렬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조정회의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달 26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조정 중지 결정으로 파업권을 확보한 금융노조는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지부를 돌며 쟁의행위 찬반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위원장은 “올해 6%가 넘는 물가상승률과 은행권의 사상 최대 실적을 감안할 때 사측의 1.4% 인상안은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이익을 낸 것을 임금 인상 명분으로 삼은 것에 대해 은행권 내부에서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행들이 영업을 잘해서 달성한 실적이라기보다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 이자 이익이 급증해 거둬들인 수익이기 때문이다. 연봉이1억 원을 웃도는 은행원들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금융노조, 19일 파업 투표
임금은 올리라면서… 은행 노조 "코로나 단축영업 계속하라" 압박
서울 역삼동에서 일하는 직장인 최모씨는 5일 오전 9시 대출 상담을 받으러 근처 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을 한 시간 단축한다’는 안내문엔 오전9시 30분에 문을 연다고 적혀 있었다.
최 씨는식당 영업시간 제한도 풀리고 기업도 재택근무를 없앴는데 은행만 영업시간을 줄이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며 “연봉도 높은 은행원들만 편하게 일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시중은행 노조들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금융 소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식당 영업시간과 지하철 운행시간 등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왔지만 은행만은 예외여서다.
평균 연봉이1억 원을 웃도는 은행원들이 소비자의 불편은 외면하면서 임금 인상만 요구하는 등 자기 잇속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은행만 거리두기 해제 예외
"연봉1억 도 적다"…은행원들 총파업 예고에 '술렁'금융노조는 임금 6.1% 인상과 함께 지점 영업시간 단축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원래 은행 지점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지난해 7월부터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1시간 단축됐다. 금융노조와 사측은 당시 영업시간 단축을 2주 동안 시행하되 3단계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4월부턴 은행 영업시간이 원상복구돼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노사가 합의해야만 영업시간을 되돌리는 것으로 조건이 바뀌었다. 금융노조가 임단협에서 ‘코로나 방역 지침이 해제된 경우 교섭을 통해서만 영업시간 단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합의서에 추가하면서다.
직장인, 자영업자는 물론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노년층은 영업시간 단축으로 은행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사회적 눈높이 벗어난 인상 요구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주 36시간(4.5일) 근무도 금융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지점 직원이 감소해 고객 대기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업점 폐쇄 금지도 금융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주장이란 지적이다. 금융 소비자가 모바일 뱅킹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은행 지점은 5년 전 7101개에서 지난해 말 6094개로 1000개 넘게 줄었다.
연봉이 높아 ‘귀족노조’로 불리는 금융노조가 사회적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6.1%)은 올해 공무원 임금 인상률(1.4%)은 물론 상반기 100인 이상 사업체의 평균 협약 임금 인상률(5.3%)을 웃돈다.
최근 5년간 금융노조 평균 임금 인상률(2.2%)과 비교해서도 높은 편이다. 산업은행(1억1370만원)과 국민은행(1억1200만원) 등 주요 시중·국책은행의 작년 평균 연봉이1억 원을 웃도는 만큼 인상액도 클 수밖에 없다.
은행원들이 ‘억대 연봉 잔치’를 벌이는 동안 서민과 자영업자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국내 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연 4.23%였다. 1년 전(2.92%)보다1.31% 포인트 뛰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면 금융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들어 수백억 원 횡령 사건과 수조원대 이상 외화송금 등 잇따른 사고로 은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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