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10채 중 8채 '하락 거래'
지난달 거래현황 분석
서울도 하락 비중 절반 넘어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5억 '뚝'
지난달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10건 중 8건은 이전 최고가 대비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 원 하락한 단지가 속출하는 등 집값 하향 안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에서 받은 ‘2021년 12월 전국 아파트 거래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2만 2729건 중 최고가 대비 하락한 거래는 79.5%인1만 8068건에 달했다.
수도권은 5541건 중 3747건(67.6%)이 하락 매매 거래인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은 전체 거래의 54.3%가 이전 신고가보다 낮았다.
서울의 하락 거래 비중은 지난해 9월 35.1%에서 10월 40.4%, 11월 45.9% 등으로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높아졌다. 지난달 경기와 수도권의 하락 거래는 각각 72.0%, 62.8%였다. 지방은1만 7188건 중1만 4321건이 하락 거래돼 비중이 83.3%로 집계됐다.
한강변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8층)는 지난달39억 8000만 원에 손바뀜 했다.지난해 11월 같은 주택형이45억 원(11층)에 신고가를 쓴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5억 2000만 원 내렸다.
경기 의왕시 의왕내손e편한세상 전용 84㎡는 지난해 7월11억 2000만 원(17층)에 신고가를 썼지만 지난달9억 1000만 원(9층)에 팔려2억 원 넘게 떨어졌다.
지난달부터 집값 안정세가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1%로 지난달 첫째 주(0.10%)이후 6주 연속 상승폭이 축소됐다.
지난주 전국 아파트 역시 0.02% 오르는 데 그쳐 2019년 10월 둘째 주 이후 약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남까지 집값 하락세 확산
거래절벽에 수억씩 떨어진 곳도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 10건 중 8건이 직전 최고가 대비 낮은 가격이었다는 것은 집값 상승세가 확실히 꺾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직 서울에서는 강남 등의 폭이 줄었을 뿐 상승세를 유지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곧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다만 대통령 선거, 금리 인상 등 변수가 많아 중장기적인 향방을 가늠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금리 인상으로 가격 거품 빠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고가 아파트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도 이전 신고가 대비 수억 원이 하락한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미도’ 전용 128㎡는 지난달 13일38억 2000만 원(12층)에 손바뀜 했다.지난해 11월 같은 주택형이41억 4000만 원(10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3억 원 넘게 떨어졌다.
이 단지는 대치동의 간판 재건축인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중 하나다. 송파구 가락동‘헬리오 시티’전용 84㎡는 지난해 11월24억 5000만 원(17층)에서 지난달22억 2500만 원(29층)으로 넘게 하락했다.
강남권에는 2019년 ‘12·16 대책’ 이후 대출이 전혀 나오지 않는15억 원 초과 아파트가 많아 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영향을 덜 받았다. 하지만 시장 전반에 집값 고점 인식이 확산되고 금리 인상으로 주식, 암호화폐 등이 큰 폭으로 조정받자 영향을 받고 있다.
자금이 급한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급매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혼부부나 젊은 층 등 대출 비중이 높은 ‘영끌족’이 많이 매수한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에서 하락 거래가 많은 이유다.
도봉구‘창동 주공 1단지’전용 59㎡는 지난해 7월7억 7000만 원(5층)에 신고가를 썼다. 이후 거래가 끊겼다가 지난달 6억 7500만 원(13층)으로 가까이 떨어졌다.
경기 하남‘미사강변 호반 써밋’전용 99㎡는 지난해 5월15억 7000만 원(9층)에 거래되면서 대출 금지선(15억 원)을 넘겼으나, 지난달12억 원(3층)으로 떨어졌다.
인천 서구‘청라 제일 풍경채 2차전용 84㎡는 지난해 10월9억 원(17층)에서 지난달7억 1800만 원(19층)으로 가까이 하락했다.
“새 정부 부동산 정책 등이 변수”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된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면 매수세 위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부터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규제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또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상향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전 세계적인 긴축 여파에서 부동산만 자유로울 수는 없다”며 “가격 상승을 주도하던 서울 주요 지역도 당분간 보합 국면을 넘어서긴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서울에선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 기준 1053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최저치를 찍은 2008년11월(1163건) 보다 낮은 거래량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거래는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 기한이 남았지만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같은 조정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주택산업연구원, 대한 건설정책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올해 전체로는 집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월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이후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매수세가 다시 붙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실수요가 탄탄한 강남 주요 재건축 단지나 초고가 아파트 등에선 간간이 신고가 거래가 나오고 있다.
서진형 대한 부동산학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에서 단기간에 공급 부족이 해소될 수 없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매매 심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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