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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금융경제뉴스

기재부의 종부세 공개 진실을 알고 싶다

by 낙엽 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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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종부세

 

2021년 주택분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브리핑

 

 

기획재정부는 22 '2021년 주택분 종부세(종합부동산세) 고지 관련 브리핑'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일정을 진행했습니다.

 

이 일정이 이례적인 건 브리핑 이틀 후인 24일 국세청이 종부세 고지 안내와 2021년도분 종부세 고지세액을 발표하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재부 측은 "국민의 관심사"라며 브리핑 배경을 설명했지만, 대개 정부 기관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는 이유만으로 이틀 뒤 발표할 세액을 먼저 발표하지 않습니다.

 

기재부의 말마따나 세금을 내는 2%만 궁금해할 문제인데 매년 정해진 발표 시기를 앞당길 이유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22일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세액이 발표되자 이 이례적인 브리핑의 배경이 짐작이 갑니다. 법인을 포함해 947000명이 총 57000억원을 고지받는다는 내용입니다.

 

이틀 뒤 발표한 토지분을 더하면 86000억원 가까운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됐습니다.

 

주택분 납세자만 기준해 봐도 전년대비 납세인원이 28만명 늘었고, 고지세액은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올해는 최초로 주택분 종부세액이 토지분을 넘어서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동시다발적인 기록 행진 속에서 '종부세 폭탄'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사전 여론 진화에 애쓰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24일 고지세액 발표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급히 기재부가 주택분만을 발표했다" "전례를 보면 보기 드문 일"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을 곱씹어보면 과연 여론 진화에 성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선 정부는 22일 브리핑 첫 단락에 "전국민의 98%는 과세대상이 아님"이라고 밝혔습니다. 주택분 납세인원이94만 7000명이니 올해 우리나라 추계인구5182만 명의에 불과한다는 설명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맞는 얘기처럼 보이지만 저 98%에는 주택 소유와 거리가 먼 갓난아이도 포함됩니다. 개인별로 과세하는 종부세의 특성을 고려하면 종부세를 부담하는 가구의 다른 가족 구성원도 98%에 들어갑니다.

 

기재부의 종부세

 

정부의1 주택자의 납세부담을 줄였다고도 강조합니다. 전체 납세인원에서 차지하는1 주택자 비중이 지난해 18%에서 올해 13.9%로 줄었고1 주택자의 고지세액 비중도 6.5%에서 3.5% 줄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1 주택자만 떼어놓고 보면 납세자가12만 명에서 늘었고, 이들에 대한 고지세액도800억 원 불어난2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한1 주택 부부 공동 명의 특례를 적용받은 인원이1만 3000명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14만 5000명이 종부세를 낸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까지 종부세를 내지 않다가 내게 된 사람이 최소1만 명이 넘는데 부담이 줄었다는 말이 쉽사리 납득이 될까요.

 

정부는 지난해 세법 개정 과정에서1 주택자 종부세율을 최고 3%까지 올렸습니다. 구간별로는0.1% 포인트(p)에서 인상했습니다.

 

세법 개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요자 세부담을 늘리면 안 된다는 정책기조를 따라1 주택자 세율을 올리면 안 된다"는 의견과 "형평성을 위해 조금이라도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한 끝에 결국1 주택자도 세율을 올리는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기획재정부가 22일 발표한 2021년도 종합부동산세 고지 보도참고자료

 

1 주택자 부담을 줄였다는 기재부의 설명이 설득력을 잃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시세27억 원 종부세가 그랜저 자동차세 수준"이라는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차량 감가상각에 따라 매년 줄어드는 자동차세와 매년 불어나는 종부세를 나란히 비교하는 게 과연 얼마나 합리적일까요.

 

종부세는 이번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민의 2%만 낸다는 식의 궤변보다는 집값 상승에 대해 거듭 진솔한 사과를 하는 게 국민들 마음에 더 와닿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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